"교전수칙 단순화.현장지휘관 재량권 강화 주효"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따라 10일 발생한 남북 해군간 교전은 3단계로 단순화했던 교전규칙에 따라 작전에 임하면서 제1,2차 연평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해군은 이날 오전 11시27분께 대청도 동쪽 11.3㎞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해군의 5차례에 걸친 경고통신을 무시한 채 2.2㎞ 정도까지 침범하자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가했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기 전 2차례, 침범 후 3차례 경고통신을 했으나 계속 침범했다"며 "이에 우리 고속정이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이 남측 고속정을 향해 '직접 조준사격'을 가하자 해군 고속정은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사격(격파사격)'을 가해 북측 경비정을 퇴각시켰다.

2분간 지속된 교전 과정에서 우리 해군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북측 함정은 연기가 날 정도로 반파되어 북한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는 첩보도 나온다.

이처럼 우리 군이 아무런 피해 없이 북측 경비정을 신속하게 퇴각시킬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개정된 해군 교전수칙의 결과라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시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돼 있던 교전규칙을 개정해 '경고방송 및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로 단순화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현장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예전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했다면 대응사격 전 상부보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북측의 직접사격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교전규칙을 단순화하고 현장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은 불과 20분간 이어전 교전에서 해군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하는 등 우리 측이 큰 피해를 당했다.

당시 연평도 서쪽 12.6㎞ 해상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은 방송으로 퇴각을 요구하는 남측 고속정 편대를 향해 갑자기 85㎜와 35㎜ 함포 사격을 가해왔고 이에 남측 고속정은 40㎜ 함포와 20㎜ 벌컨포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와 관련, 당시 해군이 북한 경비정들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NLL을 침범을 한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앞서 우리 군은 1999년 6월15일 발생한 제1연평해전에서는 대승을 거뒀다.

당시 북한 경비정들은 6월 초부터 옹진반도 남단에서 조업 중인 꽃게잡이 어선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NLL을 지속적으로 침범했다.

우리 측 함정이 출동하자 긴장이 고조됐고 결국 북한 어뢰정과 경비정은 소총과 함포로 선제공격을 해왔다.

제1연평해전에서는 14분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북한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중형 경비정 3척과 소형 경비정 2척이 파손됐다.

북측의 사상자도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해군의 피해는 함정 2척이 약간 손상되고 장병 9명이 경상을 입는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