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화약고로 등장한 세종시 문제가 정몽준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당의 양대주주인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세종시 원안고수냐, 수정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 대표가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 논란이 확산하자 세종시 문제를 논의할 당내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여권이 세종시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만큼 각 계파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균형 있는 여론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 대표의 제안은 격화되는 계파 갈등의 벽 앞에서 무력해지는 양상이다.

친박계가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하는 특위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혀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는 반쪽 기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 대표는 지난 8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특위 참여 협조를 당부했으나 박 전 대표는 "나와 의논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의 이런 반응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세종시와 관련한 당내 기구를 구성하면 싸움 밖에 안돼 도움이 안 된다고 정 대표에게 몇 차례나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 논쟁 자제를 촉구한 안상수 원내대표와 정 대표간 미묘한 입장차도 감지된다.

안 원내대표는 세종시 당내기구 구성에 당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기구를 구성할 경우 새로운 논란의 불씨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안 원내대표는 당내 기구를 구성한다면 대표 직속기구로 두는 게 좋고 원내대표단은 추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확정된 뒤 이를 검증하고 최종 당론을 모아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원내당직자 중에서는 국토해양위를 소관하는 제4정조위원장만 특위에 참석키로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와 안 원내대표는 세종시 대처방안에 대해 일부 입장차는 있을 수 있으나 갈등 상황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측은 "특위가 대표직속 기구인 만큼 원내대표단과 역할과 다르다"고 했고,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정 대표가 당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특위 구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정 대표 입장에서는 계파의 벽을 새삼 절감하게 됐고, 정 대표의 정치력도 세종시 갈등 논란에서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라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