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국회 교육 · 사회 · 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정운찬 국무총리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총리는 생각도 정리 안 되고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세종시 문제를 꺼내 온 나라를 뒤집고 여당에 소용돌이를 만들고 국민불신을 조장했다"며 "세종시 문제를 촉발한 총리는 만일 잘못되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얼굴에 칼을 맞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이 정권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며 "어디서 잘 살고 잘 먹고 편하게 지내다 이 따위 소리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친박계인 한선교 의원은 "총리 때문에 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갈등의 길로 가고 있고 동서화합도 안 되는 마당에 총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구조를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이에 정 총리는 현행법으로는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충족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 친박 의원들의 비판에 "말씀이 지나치다. 의도적으로 세종시 수정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 총리는 "세종시를 안 하자는 게 아니라 자족기능 보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을 고쳐야 한다"며 "자족기능 보완을 위해 기업 · 대학을 유치해야 하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방이 격해지는 가운데 정 총리는 한 의원이 현안을 꼬치꼬치 따져 묻자 "무슨 장학퀴즈하듯이 한다"고 반발했고 한 의원은 "총리가 그런 식으로 질문하지 말라고 하면 나는 봉숭아학당 학생인가"라고 반박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였다.

정 총리는 "행정부처 이전을 위한 변경고시와 새로운 세종시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세종시 변화와 관계없이 지방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는 차질없이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장관고시를 통해 이전 부처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야당과 친박계 의원들의 세종시 수정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 총리는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마지막 그림이 아직 준비가 안되었지만 상당부분 진척이 되어 있고 규모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김유대 인턴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