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대표단 "제재철폐가 대화전제조건 아니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했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6자회담에 열린 입장을 보였으며, 특히 `6자회담 틀 내의 북미 양자대화'를 언급하는 신축적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리 근 국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뉴욕에서 열린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 비공개 북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고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분명히 더 선호하지만, 6자회담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으며, 특히 한 북한 참석자는 "6자회담 틀 내의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안보문제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며, 이는 6자회담의 진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또 미국과의 양자관계가 재개되는 최근의 좋은 신호들에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은 언제든 미국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역내 미군의 주둔을 북한이 환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 북한 참석자는 북한과 미국간의 고위급 대화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 북한 대표단은 제재 철폐를 원하고 있지만 제제 철폐가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아울러 이번 세미나에서는 북미간 외교적 해법 마련이 지연될 경우 핵확산 우려도 참석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몇몇 기회가 있었다"면서 "북한은 확산을 할 의도가 없지만, 미국이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은 이 밖에 북한은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받기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도 보였다.

또 지난 4월 이뤄진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합법적인 인공위성 발사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미국과 유엔의 대응을 비난했고, 현재의 휴전협정을 대체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북한 대표단은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의 비핵화시 가능한 반대 급부를 한 미국 참석자가 언급하자 "좋은 패키지"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국과의 경제.문화적 교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고, 한국과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8월 방북 이후 나은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궁극적인 비핵화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계속 유지했다"면서 "미국의 확신 조치 없이는 핵억제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북측 대표단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일본 정부는 북한이 긍정적 조치를 취할 경우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