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로드맵'을 청와대에 보고한 4일 정치권은 세종시 문제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논란이 가장 뜨거웠던 곳은 한나라당이었다. 최고 · 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는 계파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세종시 공청회'를 방불케 할 만큼 논쟁이 뜨거웠다.

친박계는 작심한 듯 세종시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핵심인 홍사덕 의원은 정 총리의 '세종시 로드맵' 보고와 관련,"대통령과 정부는 여당이라는 기둥 위에 올려진 지붕일 따름으로 여당이 허약해지면 지붕은 가라앉는다"며 여당과 논의 없이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이계의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서도 "처음에 나쁜 지혜를 낸 사람은 '충청 사람은 전 국민의 4분의 1밖에 안되니 국민투표를 하면 돌파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나폴레옹이 국민투표를 처음 실시한 이래 이런 비겁한 국민투표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광호 최고위원도 "내년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를 누가 갖고 있는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친이계는 발끈했다. 며칠 전 국민투표를 제안한 공성진 최고위원은 "저를 지칭해 비겁하게 숨어서 한다고 나폴레옹까지 거론했는데 저는 비겁하게 숨어서 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지난 2002년부터 계속된 밀실야합을 배격하고 국가 백년대계로 국민투표 안을 냈는데 이를 마치 충청을 배제시키려는 얄팍한 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항이나 헌법 개정의 경우에만 할 수 있으므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세종시 논란과 관련,"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정부 부처를 이리저리 옮길 이유가 없고,부처가 벌판에 내려가면 어떻게 나라일이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