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기업 부채 총액이 1년 새 43조원 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실적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린 이유도 있지만 정부 재정사업을 대신 떠안으면서 빚어진 결과다. 수익성도 큰 폭으로 떨어져 1년 전에 비해 '반토막'났다.

기획재정부는 24개 일반공기업과 70개 준정부기관 등 94개 공기업의 결산보고서를 작성,3일 국회에 제출했다.

◆공기업 부채 급증

94개 공기업의 지난해 총자산은 379조8000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14.4%(47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부채는 213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5.6%(43조4000억원) 늘었다. 공기업 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스공사 부채가 전년 대비 9조1000억원 증가했으며 한전(4조3000억원),도로공사(2조4000억원),철도시설공단(1조9000억원) 등도 빚이 많이 늘었다.

이 같은 부채 급증은 주요 공기업들이 정부 정책사업을 대신 수행하면서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고속철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9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가스공사와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요금 인상시기가 늦춰지면서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늘려 부채가 급증했다.

◆순이익 '반토막'

공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94개 공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54조원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2007년(6조원)보다 53.3% 줄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7년 7.1%에서 지난해 1.8%로 급락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6.7%에서 0.3%로 떨어졌다.

정부는 전체 공기업 매출 ·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전의 순손실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지난해 매출액이 2007년에 비해 2조5000억원 늘었으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력구입비가 6조4000억원 추가된 데다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면서 3조원의 적자를 기록,전체 공기업의 수익성이 급락했다.

다만 한전은 올들어 전기료 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회복, 3분기엔 931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한전을 제외한 주요 공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이 2007년에 비해 순이익이 1조8000억원가량 늘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