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이어 오는 5일부터 대정부질의가 시작되고 다음주 중반에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된다. 올해 정기국회가 일정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셈이다. 국회가 큼직큼직한 국가적 현안을 잘 풀고 관련 예산들까지 무리없이 심의해 법정기한내 2010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야 의원들 역할도 그만큼 막중해졌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 기조를 내년에도 지속하겠다며 4대강사업 지원 등을 국회에 요청했다. 또 노동과 복지,외교와 대북문제 등 주요정책의 기조를 설명한 뒤 협조도 당부했다. 그러나 여야가 얼마나 충실하고 효율적인 예산심의를 해낼지에 대해선 솔직히 걱정부터 앞선다. 예년의 경우 제대로 심의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예산국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각별히 유의해 내년 나라살림을 심의해 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헌법에 정해진(12월2일) 예산의결시한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 예산심의가 일정대로 끝나야만 각종 민생법안도 여유를 가지고 처리할 수 있다. 육탄저지니 날치기통과니 하는 구태의연한 싸움을 되풀이하면서 또다시 세밑까지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해선 안된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사전 준비에 들어가 11월 한 달을 정말로 알차게 활용해야 한다.

토론과 논의는 활발하게 하되 여야 모두 상임위별 예산안건에서 가급적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4대강사업 등 여야간 입장차가 큰 현안이 적지 않기에 하는 얘기다. 예산심의장이 정쟁의 장이 되어선 안될 뿐더러 미디어법 등 일부 정치색 강한 법안논쟁이 예산심의기간중 다시 불거진다면 합리적인 예산심의는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말싸움 몸싸움으로 대치하다 나중에 시한에 쫓겨 한꺼번에 몰아치듯 의사봉을 두드리는 상황이 되면 여도 야도 원치않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올해는 국내외 경제상황도 국회가 직시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뒷마무리 국면에서 세심한 출구전략을 도모(圖謀)하는 것이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만의 임무는 아니다. 국회 역시 민생경제 살리기와 차세대 성장동력 모색에 당연히 동참해야 하고,그런 각오에서 내년 예산을 볼 필요가 있다. 올해만큼은 정치적,정파적 관점보다 나라경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해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