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조사서 판명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을 계획 실행한 조선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현 35호실)가 당시 당비서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형태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의 관계 당국 조사 결과 이같이 판명됐다면서 대외정보조사부가 당시 김정일 당비서의 명령을 받을 때는 이른바 '전달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선 그간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이를 아는 위치에 있었다는 견해가 강했다.

앞서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특수기관 일부가 망동주의, 영웅주의로 나가면서 이러저러한 일을 해왔다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책임자를 이미 처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관여를 부인한 주장의 근거가 흔들릴 경우 납치와 핵,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북-일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방침을 내건 하토야마(鳩山) 내각의 구상이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당국의 조사에선 일본인이 납치된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 대외정보조사부가 김일성 전 주석의 후계자 지위를 굳혀가던 김 위원장 직속의 공작기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외정보조사부는 부장 부부장 과장 지도원 공작원으로 구성됐으며 부부장을 3명 두었고 1과(課)에서 7과까지로 이뤄졌다.

과들은 일본, 한국, 중국 등 국가별로 담당하는 외에 공작원을 양성하는 과도 있었다고 한다.

신문은 특히 당시 김정일 당비서의 명령을 받을 때는 조선노동당 본부에 부장과 부부장, 과장이 모여 '전달식'을 거행했으며 이후 명령 채널은 과장에서 지도원, 지도원에서 공작원 순으로 필요사항을 문서와 구두로 전달했고, 명령을 어길 때는 직책 경질과 처형 등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인 납치사건을 둘러싸곤 이미 일본 경찰당국이 김 위원장 가까운 대외정보조사부의 리완기 전 부장, 강해룡 전 부부장이 치무라 야스시(地村保志)ㆍ후키에(富貴惠) 부부,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ㆍ유키코(祐木子) 부부의 납치를 계획하고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 관계자가 지난 78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나중에 탈출한 한국 여배우 최은희씨를 작년 2월 중순 만나 사정청취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1970년대 김일성 전 주석이 김 위원장에 정권 운영을 인계했다고 설명했으며 일본인 납치에 관해선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다 생각한다"고 증언한 것으로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준 기자 jianwa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