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협력대화 참석 러 대표 톨레라야 인터뷰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특사와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 간에 최근 뉴욕, 샌디에이고에서 이뤄진 일련의 접촉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은 없었지만, `우호적'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26, 27일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러시아 대표로 참석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게오르기 톨레라야 박사는 이날 워싱턴 D.C. 미 의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틀간의 회의과정에서 북.미 대표간 분위기에 대해 "몇개월전보다 훨씬 좋았다", "서로가 좋은 태도로 대했다"고 전했다.

톨레라야 박사는 회의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북한 측은 이틀간의 회의과정에서 수시로 접촉하며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 양측은 북미 고위급 양자대화, 6자회담 재개 등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접근이나 절충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수차례 접촉 과정에서 쌍방의 입장을 탐색하고 확인하는 수준에서 `성과'는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은 톨레라야 박사와의 일문일답.
--샌디에이고 회의에서 북미간의 분위기는 어땠는가.

▲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양측의 분위기는 몇개월전과 비교한다면 훨씬 좋았다.

6자회담 당사국에서 참석한 멤버들로부터 많은 기대도 있었다.

양측은 서로에게 훨씬 좋은 태도로 대했다.

--성 김 특사와 리 근 국장은 회의가 열리는 동안 몇 차례나 만났는가.

▲누구도 두 사람이 만난 횟수를 헤아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의과정에서 모두가 서로를 수시로 접촉했다.

--북한은 협상테이블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는가.

▲북한은 다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은 미국과의 양자대화 결과에 달려 있다고 숨김없이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자회담에 복귀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자협상에 대해서 과거와 같은 형태의 6자회담이라고 반드시 특정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제안이나 생각을 얘기한 게 있는가.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그들의 입장을 새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기대하고 있고, 그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보였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는가.

▲북한의 입장은 알려져 있다시피 자신들을 향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위한 미국의 전제조건은.
▲그것은 미국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어떤 조건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다.

--이전의 동북아협력회의와 이번 회의 분위기를 비교한다면.
▲나는 1994년부터 이 회의에 참석해왔지만, 이번 회의도 역시 유용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이번 회의 분위기가 긍정적이었고, 비관적이기보다는 낙관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북한의 핵무기 포기 여부에 대한 견해는.
▲북한이 안보보장,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안보체제 등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전에는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포기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만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위해서는 북한과 서방세계 사이에 많은 조건들과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나.

▲미국 행정부는 오히려 여전히 `지켜본다'(wait and see)는 태도라는 느낌이다.

북한의 의도가 정확하게 무엇이냐하는 판단의 문제가 있고,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등 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정리가 안 돼 있다.

북한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미 행정부 내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직 현재의 방식으로 북한 체제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북미양자대화는 언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북미접촉이 잘 진행되면 연내라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년 여름까지도 갈 수 있다.

--샌디에이고 회의에서 남북대표 간에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대한 얘기는 없었는가.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이 있었다.

북한은 한국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대해서 `비핵.개방 3000'을 단지 되풀이해서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 측은 그밖에 다른 제안을 준비해오지는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