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대체적인 기류는 국제사회의 대(對) 아프간 지원 움직임과 우리의 국격에 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감안, 아프간내 지방재건팀(PRT) 민간요원을 증원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병력'을 파병한다는 쪽이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27일 "PRT를 독자적으로 맡게 되면 이들을 보호할 인력이 함께 가야하는 것은 분명하며 이에 대비해 군, 경찰, 또는 군.경 혼합 인력을 파견할지 등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정부는 그러나 국내는 물론 미국 및 국제 사회의 분위기를 면밀히 탐색하는 기색이다.

일단 한국의 국력과 한미동맹의 의미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지만 2007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프간 인질사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병력'을 파견하더라도 '전투병'이 아니라 우리 PRT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병력'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아프간 지원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전투병 파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이처럼 보호병력 파견을 포함한 다양한 아프간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국이자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중견 국가로서 국제적인 사안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한편으로 우리 국민의 안위도 백분 감안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전 세계 아프간 지원의 0.17% 정도만 담당하고 있는 현재 우리 정부의 지원 수준은 한국의 국격을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지원을 더 늘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보호병력을 어떻게 구성할지 등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의 결단 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아프간 파병을 PKO(유엔평화유지활동) 차원으로 연결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류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2007년 여름, 한국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아프간 인질사건'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아프간 내부 사정이 한국의 참여확대에 마냥 우호적인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 등 야당은 아프간 파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 등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여러가지 저간의 사정을 최종 검토한뒤 이르면 내주 중 아프간 파병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의 결정을 기화로 국내에서 아프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한미동맹의 의미, 그리고 국제정세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한 지혜로운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유현민 기자 lwt@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