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28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쏟아내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열린 수질오염방제센터 출범식에 참석,치사를 통해 "이곳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며 "경제대국의 토대를 놓으신 그 분을 생각하며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은 수십년 앞을 내다보며 허허벌판이던 이 곳에 전자산업단지를 세웠다"며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구미시는 세계적인 첨단산업도시로 성장했다"고 치켜세웠다.

정 총리는 이어 낙동강 살리기 선도사업인 안동시 생태하천 조성사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늘 아침에 역사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돼 이야기를 하겠다. 33년 전인 1976년 오늘 안동 다목적댐 준공식이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 곳에 와서 치사를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또 거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치사에서 국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강토를 쓸모있게 가꾸고 슬기롭게 이용하려는 우리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며 "정부는 일찍이 4대강 유역의 수자원 다목적 개발 사업에 본격 노력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시 문제의 정부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정 총리는 수정 추진에 반대하는 야당과 충청권에 앞서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인 박 전 대표부터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한 이유를 기자들이 질문하자 "오늘 이 사업을 잘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이전에도 그런 아이디어가 있어서 옛날 아이디어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발언한 것)"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