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골프를)쳤는데 오늘부터 끊었습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달 1일 공식 출범하기 전에 이지송 LH사장이 토지공사,주택공사 간부들과 회의할 때 모 간부는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이 사장이 특정인을 지목해 "골프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는데"라고 말하자 화들짝 놀란 이 간부는 이렇게 변명하며 쩔쩔맸다.

앞서 다른 간부는 이 사장의 구두 경고에 등에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는 후문이다. "골프를 잘 친다고 하는데 또 다시 골프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 때는 각오하라." 낮게 깔린 이 사장의 질타가 그에게는 저승사자 목소리보다 더 두려웠으리라 짐작된다.

LH 임직원들이 '골프 금지령'에 몸을 바짝 낮췄다. 이 사장이 향응성 골프 접대를 받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취임 전에 간부들에게 언급한 뒤 지난 1일 취임사에서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골프 금지를 강조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골프를 하다가 적발된 임직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걸렸다가는 '본보기'로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는 데다 통합공사가 출범한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임직원들이 단단히 각오하고 있어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자체 분석이다.

실제 얼마 전 다른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직원이 LH 출범 전에 하도급업체로부터 수백만원어치의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은 이 사장은 대노했다. 이 사장은 자진 사표를 쓰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 자신도 골프를 끊었다. 오랜 친구들과의 정기모임에도 참석할 수 없다고 이미 양해를 구했다. 골프 금지에 대한 이 사장의 의지는 강하다. 공기업 직원에게 골프는 부적절한 뇌물로 보고 있다.

LH의 골프금지령은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국토해양부 소속 다른 공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사실 LH뿐만아니라 영원한 '갑'인 공기업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받는 '공짜 골프'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LH가 이 사장의 바람대로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신(神)의 직장'이 아닌 사랑받는 '신(信)의 직장'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