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오는 29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 공세에 시달린 탓에 스스로도 "청문회 과정에서 맨몸이 드러나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할 정도로 취임 초반 다소 불안한 출발을 했으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업무에 적응하며 이제는 '안착'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추석 당일 용산참사 사망자 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한 것으로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취임 이후에도 연일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에 흠집을 가하던 야당에서도 이를 두고는 "잘한 일"이라는 긍정 평가했고, 정 총리는 이런 반응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정 총리는 지난 5∼22일 국정감사 기간 일부 상임위에서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가 거셌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친(親)서민 행보'를 통해 국민과의 접촉을 늘려나갔다.

지난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주변에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독거노인 등 주민 30여 명을 초청해 꼬리곰탕으로 오찬을 함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역대 총리들도 인근 주민들을 초청하곤 했으나 저소득층 주민을 위주로 초대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앞으로 경호원을 피해 삼청동 동네에서 놀 생각이니 길거리에서 절 보시면 제 이름 부르세요"라고 말하는 등 총리가 아닌 정겨운 이웃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정 총리는 지난 한달간 국무회의 주재, 외빈 접견, 민생현장 방문 등 공식적으로 100여 건의 일정을 소화했다.

또 주요 정당 대표와 삼부요인, 종교계 지도자 등을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내각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고 사회통합을 위한 각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의 운영과 관련, ▲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경제살리기 및 민생안정 대책 추진 ▲경제위기 이후 미래대비 기반 강화 ▲균형발전과 사회통합 구현 ▲국가경영지원본부 역할 수행 등의 5대 기조를 제시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해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스위스 연방 부통령 등 미주, 유럽, 아시아 등의 주요 외빈을 만난 자리에서는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우리나라의 국격(國格) 제고에 방점을 둔 총리외교를 전개했다.

그는 이번주부터는 낙동강과 금강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직접 챙기는 등 보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 총리 앞에 놓인 과제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 문제에 불을 지핀 당사자로서 대안을 내놓고 국회와 정부, 청와대와 내각 사이의 이견을 조율할 책임이 그에게 지워져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원안 수정'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가운데 정 총리가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와 행정 비효율 제거에 기초한 설득력있는 세종시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인 상황이다.

그는 이미 대안 마련을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고 세종시 구상의 골간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