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의 양자 대질심문을 연상케 했다.

최근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나 출구전략(위기 이후 유동성 회수 전략) 시행 시점 등을 놓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재정위 의원들은 일제히 재정 및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두 수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물었다. 더블딥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선 윤 장관과 이 총재가 같은 인식을 보인 반면 부동산 가격이나 출구전략 등에 대해선 미묘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더블딥 가능성을 묻는 강운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윤 장관은 "국내만 본다면 더블딥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성장률 4% 정도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도 동감의 뜻을 밝혔다.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없었다. 윤 장관은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은 총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윤 장관의 발언에 공감하며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원화 가치 발언에 대해서도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고 본다"(윤 장관),"언론이 과장되게 해석해서 보도했다"(이 총재)는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금리 인상 시기를 묻는 강성종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윤 장관이 "금리 인상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직답을 피했다. 과거 "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기상조"(9월14일 국회 재정위 답변)라는 발언에서 한발 후퇴했다. 반면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코멘트할 수 없다"고 했으나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가 너무 장기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움직임에 대해선 윤 장관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이 총재는 "9월 하순 이후 진정 국면이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윤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내년에 한국은행법 개정을 뛰어넘는 차원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체계 재정비가 출구전략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하자 "어려운 시기를 지난 후 내년쯤 가서 한은법 문제 중심으로 외환문제,국내 금융시장 관리문제 등을 포함한 금융행정체계 개편문제를 전반적으로 연계해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법과 관련,한은 총재와 재정부 장관이 합의안을 내달라는 강 의원의 주문에 대해서는 장관과 총재 모두 올해는 합의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