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어 싱가포르 등 제3국 접촉설 고개
당국자 "의외의 인물 北과 접촉나설 가능성 있다"
李대통령 신임 두터운 중진 L,K,W 씨 등 거명


남북 정상회담을 겨냥한 물밑접촉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채 남북의 누구누구가 어디에서 만났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회동했다는 MBC의 보도가 나왔고 이어 이틀 뒤인 22일 KBS는 남북 고위당국자들이 지난주 북측의 요구로 싱가포르에서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김양건 부장과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원) 실장이 지난 15일 베이징에 입국한 뒤 곧바로 싱가포르로 이동, 남측의 통일분야 고위 관계자와 회동했다고 전했다.

특히 회동에서 남측 고위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제안했고 이에 북측은 김 위원장의 경호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내용까지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얼굴이 많이 노출되지 않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 북측 관계자와 은밀히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중진 L,K,W 씨 등이 접촉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들도 나돈다.

이 같은 보도와 전망에 대해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반응은 "우리로서는 아는 바 없다"는 것이다.

보도의 사실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팩트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는게 정부의 '정리된 입장'인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앞서 연합뉴스가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실무인사가 지난 여름 중국에서 접촉, 원론적인 양측의 입장 교환했다고 보도했을 때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설이 이어지고 정부 당국의 반응 역시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관련 보도가 일정 정도 사실일 개연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 타진을 위한 남북접촉설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접촉설을 뒷받침할만한 사실관계들은 확인되지 않지만 정황으로 볼 때 남북간에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극소수만이 움직이는 사안의 성격상 공식적 확인이 어려운데다 과거에도 정상회담 추진 보도의 경우 핵심 당국자들이 최종발표때까지 부인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보도들을 단순히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런 일의 성격상 아주 극소수만 알고 움직인다"며 "아는 사람도 없다"고 말한 점도 이런 기류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이 지난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인도로 향하는 길에 싱가포르를 경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동연 아태편화위 실장은 김양건 부장에 앞서 5일께 미리 북한을 나와 해외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개최는 아니더라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 개최에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 관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이명박 대통령 초청설을 언급한데 이어 북한의 김 부장과 원 실장이 6일간에 걸쳐 중국 베이징을 다녀간 것은 그 자체가 남북간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유력한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핵심소식통은 "북한이 지금 몸이 달아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문제와 권력이양, 김정일 위원장의 자연적 수명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남북관계 개선과 정상회담을 위해 매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기 개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앞으로 1년쯤은 걸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남북간의 유화 분위기를 감안하면 양측이 중장기적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물밑대화를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