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물 이재오-김근태 자천타천 거론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22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향후 9개월간 서울 은평을에서의 `국회의원 부재'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

내년 7월에나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작년 4월 총선 당시 `빅 매치'가 이뤄진 곳인 데다, 여권의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내리 3선(15∼17대)을 한 곳이라는 점에서 벌써 출마예상 후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위원장의 `4선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취임하며 한나라당을 탈당, 은평을 당협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았지만, 이 위원장과 은평을 지역을 동일시하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 위원장의 선택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지방 민생탐방 현장에서 대법원
판결 소식을 접한 뒤 "공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답변을 삼갔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내년 재보선 출마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의 측근 의원인 진수희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당장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내년 7월 재선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위원장이 우선순위를 `국회 재입성' 대신 `행정부에서의 역할' 등으로 규정할 경우 한나라당의 선택지는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근태 상임고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랜 재야활동으로 개혁진영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 이재오 위원장의 대항마로 적합한 후보라는 시각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은평을 재선거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민주당내에서는 김 상임고문이 0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김 상임고문이 언제까지나 정치 2선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 10월 재보선에 은평을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을 때 김 상임고문은 `당이 요청하면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고연호 은평을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보신당의 간판급 인사인 심상정 전 대표의 출마설도 꾸준히 나온다.

심 전 대표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경기도지사 출마설도 같이 나오고 있어 실제 출마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10.28 재보선에서 추진했던 것과 같이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등 정치 지형을 바꿀 변수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9개월이나 남은 현 시점에서 출마 후보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 각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유사 사건에서도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며 "대법원의 결론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정권 실세의 정계복귀를 돕기 위한 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정책위의장은 구두논평에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대해 굴종적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대법원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 것으로, 야권 공조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강병철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