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정부 소유 임야를 민간인에게 넘기고도 법정지상권을 내세워 참호 등 기존 군사시설을 아무런 보상없이 사용해 온 군당국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이는 군사시설과 관련한 정부의 법정지상권 주장에 대한 첫 판결로 향후 국방부의사유지 무상사용에 대한 유사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한정규)는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임야 12만9946㎡를 국가에서 양도받아 소유해온 신모(68)씨가 임야 내에 설치된 진지 참호 교통호 등의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반환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려면 그 대상이 독립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구조물이어야 한다”며 “진지 등의 구조물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고 독립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건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주장은 이유 없다”고 말했다.

민법상 법정지상권은 한 사람이 소유했던 땅와 건물 중 어느 하나가 경매 등으로 타인에게 넘어가더라도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소유자가 사용하도록 한 권리를 말하며,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라고 한다.하지만 참호 등의 군사시설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군 당국이 이를 내세워 사유지내 군사시설을 보상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해당 임야가 군사적 요충지여서 방위 목적으로 군사시설을 유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는 피고측 주장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만약 해당 토지가 군사적으로 중요하다면 더 더욱 정당한 보상을 해주고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