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가톨릭대 교수, 민화협 포럼서 주장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가 조만간 방북해 북미간 고위급 소통이 이뤄지면 북한의 `현존하는'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와 양국간 관계정상화를 주고받는 협상이 더욱 뚜렷이 전개될 것이라고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가 21일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날 민화협(대표상임의장 김덕룡)이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평화체제'라는 주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화해공영포럼에서 "미국이 대북 외교관계 정상화를 해도 북한은 결코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지만 '북핵폐기=관계정상화'의 등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핵폐기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시 필요로 한다면 수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신속하게 재구축할 수 있다"며 이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핵 프로그램 폐기와 북미수교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유지와 핵물질이 테러집단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므로 북핵폐기에서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보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쉬운 `검증 가능한 폐기(VD)' 수준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차피 현 상태에서 기술적으로 100% 핵 제거가 불가능하며 수교후 북한의 정체성과 불신이 변화하고 해소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미 국내정치적으로도 민주당 정권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비판론을 불식시키고 내년 중간선거 승리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외교 치적 쌓기에 북핵문제의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반면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가 이전 부시 행정부에 비해 협상에 있어 훨씬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은 현실적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에 구소련이든 중국이든 현지에 대사관이 있었기 때문에 인권 문제를 비롯해 제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며 "북한와 수교를 통해 현지에 대사관도 들어가고 CIA같은 첩보기관도 들어가야 지금은 거의 깜깜한 북핵문제에 관한 정보 획득도 훨씬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인 홍용표 한양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북미관계 정상화가 중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남한이 배제되지 않으려면 정전체제 폐기 선언은 정전협정에 나와 있는 대로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미국.중국.북한끼리 우선 하되 새 평화협정 구상과 선언은 우리가 들어가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출발점이긴 하나 이명박정부는 북한의 입장도 고려하며 주도적으로 남북대화의 어젠다를 설정하기 위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참여정부때 제21차까지 이뤄진 남북 장관급회담의 제22차 회의를 북에 제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토론자인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약간의 잡음이 있을 지언정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를 포함 해 북한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김정일 위원장을 일관된 남북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김 위원장을 통해 경제.정치 협상을 할 뿐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북한 군부를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