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가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

베트남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하노이에서 응우옌 밍 찌엣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미래를 유난히 강조했다.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한층 격상하기로 합의한 것 자체가 이제 두 나라가 아픈 과거를 말끔히 씻어내고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 과학기술 사법 사회 문화 등 전방위에 걸쳐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자는 의미다. 응우옌 주석은 "한국의 성장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화답하며 한국의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과거'보다 '미래' 강조는 실용외교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의미를 뒀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의미는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과거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직전 우리 정부의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안에 '세계 평화 유지에 공헌한 월남전 유공자와…'라는 문구가 들어간 게 베트남의 거센 반발을 부르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과거사가 거론될지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협 분야 규모가 대폭 확대되는 등 결실을 맺으면서 회담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했다고 이동관 홍보수석은 전했다. 특히 응우옌 주석은 한국의 경제 발전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응우옌 주석은 또 "(한국과 베트남) 두 민족은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공통점이 많다"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정례화하자"고 제의했다. 두 정상이 2001년 구축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전략'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안보 국방 현안까지 협력하는 핵심 우방국이 됐다는 뜻이다. 최상위의 외교관계는'포괄적 · 전략적 동맹'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일하게 맺고 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는 그 바로 아래 단계이며 중국 · 러시아에 이어 베트남이 세 번째다.


◆홍강을 제2 한강으로

양국 간 폭넓은 경협이 이뤄졌다. 우선 지난해 100억달러 수준인 양국 무역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 · 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가능성과 실효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작업반 설치 문제에 대해 연내 의견 교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대형 국책사업인 홍강 정비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보장했다. 홍강 개발 총 사업비는 70억달러이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5년 하노이를 방문해 개발 기본계획 수립을 지원,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 대통령은 90억달러 규모의 '호찌민~냐짱' 구간 복선전철 사업,호찌민~껀터 고속철 사업,하노이 시내 전철 프로젝트 등 인프라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응우옌 주석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방송통신 협력'을 비롯한 11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베트남 정보통신부 간에 맺은 '방송통신 협력 MOU'에서 양국은 △인터넷TV(IPTV),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와이브로 등 이동통신 서비스 △방송 프로그램 교류 및 공동 프로그램 제작 △방송통신 기술개발과 표준화 등 부문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하노이(베트남)=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