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집,수제비집에서 여러분(서민들)을 자주 뵙겠다. "

정운찬 국무총리(사진)의 서민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 총리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서민 34명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공관에서 첫 번째 공식행사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정 총리의 뜻에 따라 마련됐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정 총리는 "지난 9일 공관으로 이사왔지만 저에게 삼청동은 낯설지 않는 곳이다. 초등학교 때 삼청공원에 송충이를 잡으러 오던 기억이 생각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총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독거노인 등을 초청한 자리인 만큼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6년 동안 제삿날과 명절날을 빼고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아침에는 옥수수떡을,저녁에는 옥수수죽과 아욱국으로 때웠으며 점심은 먹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시간마다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혼자 놀곤 했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갈 데가 없어 괴로웠다"며 "그래서 농부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도 비오는 날이 싫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저도 어렸을 때는 어렵게 살았다.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주말에는 경호원의 눈을 피해 막걸리집에서, 수제비집에서 자주 뵙겠다"고 말했다.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서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참석 주민들에게 일일이 막걸리를 따라주며 '나가자(나라와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란 구호를 외치며 건배제의를 했다. 주민대표로 참석한 천상욱씨(74)는 "30년을 삼청동에 살았는데 총리께서 지역주민을 공관으로 초대한 것은 처음"이라며 "인자하신 총리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대한민국은 사회적 약자도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약속의 땅,희망의 땅'으로 계속 뻗어가야 한다"며 취임사에서 밝힌 소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