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약해"..자체 `하층방어체계' 구축 중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비한 미사일방어(MD) 구축 문제를 한국과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이 지구적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이 참여하기엔 명분과 실리가 약해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MD 참여 여부는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상황, 주변국 관계, 예산 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이라는 현실적인 위협 요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MD 체제에 참여하면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하는 등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미국은 한국에 확장억지력 제공을 약속했고 그 약속에 MD가 포함된 만큼 굳이 미국 체제에 들어가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고층방어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MD체제가 좁은 한반도에서는 그다지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참여에 근본적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2012년까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를 갖추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반도의 짧은 종심과 산악지형 등으로 조기탐지가 제한되고 대응시간이 부족해 고층방어보다는 수도권과 핵심지역 방호를 위한 `하층방어체계'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형 MD 체계는 AMD-Cell과 더불어 조기경보레이더, 패트리엇 미사일 등이 핵심 요소다.

조기경보레이더로 수집된 북한 미사일 동향을 AMD-Cell에서 분석, 위협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 방공포부대로 요격 명령을 하달하는 체계다.

최대 사거리가 160㎞에 이르는 KN-01, KN-02 단거리 미사일은 물론 300~500㎞ 사정의 스커드, 1천㎞의 노동, 4천300~6천㎞의 대포동2호 미사일의 발사움직임을 조기경보레이더로 포착해 실제 발사시 패트리엇(PAC-2)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
이를 위해 군은 최대 탐지거리 500㎞에 공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이스라엘 엘타사(社)의 그린파인 블록-B 조기경보레이더를 들여와 2012년 전력화할 방침이다.

이지스 구축함과 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공중조기경보기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수집해 AMD-Cell로 보내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은 이미 지난 4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궤적을 성공적으로 추적함으로써 기량을 입증했다.

결국 정부가 이처럼 자체 MD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게이츠 장관의 언급이 한국이 미국의 MD에 참여하라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현실적으로 참가할 명분이 작아 우리가 그에 부응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