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진 "MB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

"`이명박표 세종시’ 명품 첨단도시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나 지금의 계획은 답습하지는 않겠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11월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을 방문,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세종시'관련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또 회견에서 "현 정부의 계획만으론 세종시의 성공적 자립과 충청권 경제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세종시의 자족능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더해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겠다.

과학, 산업, 행정 기능을 접목하고 주변 도시와 연계를 강화해 도시의 자족기능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세종시 건설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을 전후해 세종시에 대해 밝힌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자회견 이후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세종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취임 2년차를 맞고 있는 이 대통령이 회견 당시 가졌던 세종시에 대한 구상에 변화가 있을까.

청와대 참모들과 주요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의 구상에는 그동안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행정부처들만 대거 이전하는 현재의 원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국민 여론이 수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흐른다면 원안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게 주요 참모들의 전언이다.

다만 세종시 문제에 대해 미리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여론을 먼저 수렴한 뒤 국민 여론을 따르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이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알면서 양심상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느냐'는 속내를 가끔 내비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책임, 미래에 우리 국민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핵심 참모도 "대통령은 평소 '몰랐으면 모르겠는데 알고 있으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세종시를) 그대로 할 수 없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을 먼저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한 발언도 심상치 않다.

이 대통령은 워크숍 마무리발언을 통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 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 발언이 특정 정책을 언급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세종시 문제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 발언인 만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세종시'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한나라당의 최근 행보가 세종시 문제를 쟁점화해 여론의 향방을 수정 쪽으로 돌리려는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늦어도 연내에 세종시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이 대통령도 이르면 다음 달 내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국민에게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