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9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현안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대북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 타결)'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보이며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사,재일동포들의 참정권 문제에 대해선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는 못했다.


◆'똑바로 역사' 직시

두 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기본 인식을 공유하며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뜻을 재차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역사에 대해 적극적으로,전향적으로 늘 올바르게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 왔다"며 "소위 '무라야마 담화'의 뜻과 마음을 정부의 한사람 한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한 · 일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 대통령과 가진 도쿄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한 · 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청와대는 해석하고 있다. 다만 취임 3주밖에 지나지 않아 지난달보다 진전된 내용은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 · 한 관계에서 양국 국민이 자칫 감정적인 부분이 앞설 수 있어서 그것을 억제해야 한다"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아키히토 일왕 방한,재일교포 지방참정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한 것은 양국 간 거리가 단시일 내에 좁혀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평가를 낳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참정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본) 국민의 정서와 감정이 통일돼 있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다. 본인의 의지와 달리 일본 국내의 현실적 문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일왕 방한에 대해서도 "총리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며 "간단히 '알겠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랜드 바겐 적극 지지

북핵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은 긴밀한 협력을 재차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면서 일본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그랜드 바겐'이 올바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신성장 동력으로서 '한 · 일 그린 파트너십(Green Partnership) 구상'의 구체화 방안에 대해 협의키로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