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고맙다고 얘기해서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참모들의 강한 만류를 뿌리치고 민생 일정을 강행했던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일 경기도 동두천의 중소기업을 방문한 데 이어 추석 당일인 3일에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된 KBS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깜짝 출연', 김윤옥 여사와 함께 시낭송, 합창, 수화 등을 선보였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이 미국 순방과 특별회견, 5부 요인, 한나라당 지도부 등과의 잇따른 회동 등으로 심신이 지친 점을 우려, 추석 연휴 기간에라도 이 대통령이 휴식에 전념할 것을 일제히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연휴나 휴일에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있는데 입으로만 고맙다고 얘기해서야 되겠느냐"며 참모들의 건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추석 민생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그 분들이 얼마나 고향에 가고 싶겠느냐. 그런 분들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 편히 고향에 갈 수 있다"면서 "그런 분들을 위로하고 감사하기 위해 가야겠다"고 말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KBS `사랑나눔 콘서트' 출연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프로그램의 취지가 나눔 문화의 확산인데 혹시 (내가) 전 재산을 기부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어두운 그늘 속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고민을 참모들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참모들은 KBS 측에 "대통령의 재산 기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부탁했고, KBS 측은 당초 이 대통령에게 하려던 재산 기부 관련 질문을 제외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콘서트가 끝난 뒤 관저로 돌아와 당시 수행했던 김인종 경호처장, 이동관 홍보수석, 박선규 대변인, 강현희 제2부속실장 등과 함께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가길 잘 한 것 같다.

어려운 역경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 모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