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복귀선언 관심..美, 대화시기 저울질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4일 방북으로 북핵 사태가 중대 갈림길에 섰다.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중국의 '최고위급' 중재 움직임에 북한이 어떤 답을 주느냐에 따라 대화국면이냐, 아니면 또 다른 교착국면이냐의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는 특히 단순히 물리적인 회담복귀의 차원을 넘어 미국이 대북제재의 철회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짜 속내도 확인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외교가가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원 총리의 방북은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북.미대화의 시기와 성격에 대한 미국의 결정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원 총리는 빠르면 5일중 김정일 위원장과 회동하고 이후 공동발표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를 놓고는 외교가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베이징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중대발표설'에 근거해 낙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비가역적 비핵화 내지 핵폐기 의지를 표명하고 6자회담에 공식 복귀하겠다는 내용의 파격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북한이 협상재개를 위한 일종의 수순밟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양자 및 다자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보다 한 단계 더 '진일보'한 내용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전통적 혈맹이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현재의 고립국면을 피하려면 6자회담 복귀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대규모 무상원조 계획을 밝히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내놓을 답이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구체화된 약속을 피한 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두루뭉술한 의지표명과 함께 '다자회담'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다시금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누차 "6자회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던 북한이 원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터잡고 있다.

2일자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말 방북한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에게 "6자회담은 완전히 끝났다(over and done)"며 6자회담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일종의 절충형 카드로 '변형된 6자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쉽게 말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계속 살리면서도 내용상으로는 북.미간 협상이 중심축을 이루는 '2+4' 형식의 협상 틀을 거론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예상이다.

김 위원장이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시 언급한 '다자회담'도 사실 이 같은 새로운 다자협상 틀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방북결과는 북.미대화의 속도와 내용을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이를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이해하면서 북.미대화의 시기를 앞당기고 그 성격도 '예비협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또다시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이번 대화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에 그치고 시기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4일 "현재 미국은 서두르려고 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태도를 분명히 확인한 이후에 5자협의를 거쳐 대화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근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결과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한 뒤 이번 방북결과를 토대로 북.미대화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원 총리의 방북에 뒤이은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북.미대화의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