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북-중 수교 60주년 행사에 참가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4일 북한을 방문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원 총리가 북한 노동당과 정부의 초청으로 이날 오전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전용기 편으로 방북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원 총리의 방북은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차이우(蔡武) 문화부장, 셰푸잔(謝伏瞻) 국무원 연구실 주임, 추샤오슝(丘小雄) 총리실 주임,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류전치(劉振起)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 등이 수행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오는 6일까지 사흘간의 방북 기간 이르면 5일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 폐기 협상 복귀 여부와 무상원조 제공을 비롯한 북-중간 경제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중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김영일 북한 총리의 지난 3월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지는 원 총리의 이번 방북은 총리 취임 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 정상급 인사로는 지난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4년 만이며 중국 총리의 방북으로는 18년 만에 처음이다.

원 총리의 방북은 북-미간 양자대화가 임박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후 주석의 특사로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다자 또는 양자 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한 뒤 이뤄져 북핵 협상에 중대 돌파구가 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를 두고 원 총리가 북한에게서 6자회담 진전에 대한 확약을 받지 않았으면 이번에 방북 길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란 추론을 바탕으로 한 낙관론과 "6자회담은 끝났다"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핵 폐기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원 총리의 방북에 대한 예우로 다자회담이 6자회담 재개 또는 다른 틀의 회담을 의미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지난달 말 방북한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미국 전문가 그룹에 6자 회담은 "완전히 끝났다(over and done)"며 6자회담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2일 밝혔다.

소식통은 그러나 북한 관리들이 6자회담 이외의 다자회담에 참여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장롄구이(張璉괴<王+鬼>)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주요 목표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이고, 미국의 정책이 6자회담 재개의 결정적 요소"라며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이 말한 다자 대화는 3자 또는 4자 회담 등 각종 형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원 총리가 방북하면서 북한에 상당 규모의 무상원조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원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식량과 석유를 무상원조 형식으로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북한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북 무상원조를 계속해 왔다"고 말해 원 총리의 방북 기간 상당한 규모의 무상원조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29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베이징에 파견, 중국 측 고위 관리들과 만나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한 데 이어 원 총리의 방북 결과와 오는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