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재개된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남북 분단과 전쟁에 따른 이산의 아픔을 다시한번 각인시키며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정례화라는 과제를 남겼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상봉 행사는 전례대로 남측 방문단 약 100명이 북측 가족 약 230명을, 북측 방문단 약 100명이 남측 가족 약 430명을 2박3일씩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상봉 행사는 지난해 7월 상설 이산가족 상봉장소로 준공됐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방치돼 있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처음 열려 나름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아직도 남측 상봉 신청자만 약 8만7천500명인 가운데 대부분이 고령자인 이들 가운데 매년 4천-5천명이 사망하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 100명씩 이산가족들을 만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봉행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되지 못한 처지를 비관한 실향민 이모(75)씨가 달려오는 열차에 몸을 던져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만 한 번에 남북 100명씩 이뤄지는 상봉행사가 이산의 한을 달래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그나마 남북 100명씩 만나는 상봉행사 마저 계속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
지난 8월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문제는 논의 자체를 피한채 추석상봉에만 의제를 한정했고, 남측 역시 과거부터 내려오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수를 사용하지 않은채 추석에 한정하는 상봉으로 규정했다.

더욱이 장재언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은 상봉행사 기간 이번 만남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한 호의'에 힘입은 것이라며 남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암묵적인 대가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이나 비료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칫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번 추석을 맞아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대한적십자사 김영철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에서 유종하 총재와 김영자 부총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에게 이번 행사 기간 중 남측의 한 70대 실향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까지 거론하며 당국간 상황에 상관 없이 상봉 확대와 정례화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정례화는 고향과 부모, 형제를 잃은 실향민과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매우 절박한 문제"라며 "남북 당국 모두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이 연장선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남북당국간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행사도중 통상 해오던 삼일포 관광이 북측의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실시되지 않은 것도 결국 금강산 관광 등 현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산가족 상봉의 시스템 측면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령자와 직계가족 상봉자를 우선시 하는 쪽으로 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상봉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령자와 직계가족 상봉자에게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추첨제도 자체를 고쳐 이산가족 1세대를 중심으로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적 관계자는 "직계가족이 아닌 방계가족을 만나게 되는 분들이나 이산가족 1세대가 아닌 분들 중에는 상봉을 거부하신 분들도 적지 않다"며 "내실있는 상봉을 위해서도 절실한 분들을 중심으로 상봉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또 이번 상봉과정에서는 이산가족 이종학(77)씨와 이종수(74)씨가 북측에 떨어져 지낸 형님으로 알고 만난 리종성(77)씨가 동명이인으로 밝혀지는 해프닝이 생겼다.

상봉을 준비하는 남북 양측의 적십자측과 당국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관성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성의부족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보다 꼼꼼히 행사를 준비하고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중의 하나로 내건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행사에서는 국군포로 1가족, 납북자 2가족 등이 여전히 그 명칭이 애매한 '특수이산가족'의 형태로 만남의 시간을 가져, 남북간에 풀어야 할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김성진 기자 jyh@yna.co.kr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