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 '대통령 코드'가 뜨고 있다. 만인지상의 권력을 비추는 게 아니라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의 모습을 끄집어내 관객과 독자들에게 쾌감을 안기는 구성이다.

다양한 시각과 속도가 장기인 영화에서 대통령은 이웃집 아저씨로 나타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 개막작인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대표적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전액 기부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지만 실제 1등에 당첨되고도 기부하기를 머뭇거리는 대통령,카리스마 넘치고 최연소 미혼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첫사랑 앞에서 쩔쩔매는 대통령,청와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을 둔 여성 대통령 등 권위와는 거리가 먼 친근한 대통령이 등장한다. 대통령 암살을 다룬 강풀의 인기만화 《26년》을 각색한 영화 '29년'도 현재 촬영 준비 중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승에서 만난다는 설정의 연극 '박통노통'은 18일까지 서울 서대문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두 전직 대통령은 극 속에서 의견 차로 계속 설전을 벌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고민과 회한을 털어놓으면서 결국 화해한다는 내용.역대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첫 연극이다. 연극 '박통노통'을 기획한 천효범씨는 "흥행보다는 대통령을 다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연극"이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한명숙 전 총리 측에서도 관람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출판계에도 대통령 소재의 다양한 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판매한 《대통령의 연애편지》는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의 사랑과 결혼을 그렸다. 5월에 나온 《앗!대통령이 사라졌어요》는 역대 대통령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는 어린이 도서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는 과학입문서로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사건을 예로 쉽게 과학 이론을 풀어낸다. 시사만화가 백무현 화백은 2005년 《만화 박정희》를 시작으로 《만화 전두환》,지난달에는 《만화 김대중》으로 역대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을 엮어내고 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이제는 성역과 금기의 소재인 대통령이 단순히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허구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도 되는 시대가 됐다"며 "청와대의 모습,대통령의 일상 등도 전에는 다루지 못해 참신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