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6자회담 복귀 선언시 북미대화 시작될 듯
남북, 핵문제 입장차이로 당국대화 불투명


북한 외교가 분주하게 돌아갈 10월, 그중에서도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방북하는 4∼6일 평양에 국제외교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어떤 외교극을 연출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은 표면상으론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설정한 '북.중 친선의 해'의 폐막식 참석을 위한 것으로, 중국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던 북한 김영일 총리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면에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면담을 시작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면서 전개했던 북핵 외교전략 전환이 어떤 형태와 방향으로든 결말을 보는 중대한 계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은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다짐과 핵문제 논의를 위한 양자 또는 다자 회담 참가 언급을 받아낸 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사이에 이뤄진 북한과 중국간, 미국과 중국간 물밑교섭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 대북 소식통은 30일 "김정일 위원장이 다자회담에서 한발짝 나아가 6자회담 참가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도 중국측의 이 같은 조건이 수용돼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에 6자회담 복귀의 필요성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환영한 것도 6자회담 복귀 약속에 대한 미국측의 기대를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북한과 양자대화 용의를 밝히면서도 '6자회담내 양자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복귀 다짐을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 소식통의 예상대로 되면 경제문제를 비롯한 내정을 주로 담당하는 원자바오 총리가 평양에서 풀어놓을 대북지원 보따리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 분명하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이 마무리되면 북한의 외교는 북미 양자대화 성사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미국내 여론과 이란 핵문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조율 등을 감안해 타이밍을 재고 있지만,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결과에 따라 10월중으로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과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이달중 평양에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추진하는 한편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남한 정부와 대화에도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현정은 회장과 만난 뒤 현 회장과 북측간 마련된 5개항의 합의가운데 추석 이산가족상봉이 내달 1일 마무리되고 개성공단 출입.체류제한은 이미 해제된 만큼,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등 북한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들을 풀기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정창현 국민대 겸임 교수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내달 남북관계 전반의 현안을 논의할 상급(장관급) 회담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북측의 이러한 대남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 당국간 대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점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그랜드 바겐' 제안을 설명하면서 북한 핵문제는 "남북 당사자 문제"라고 강조,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그랜드 바겐'에 대해 북한을 압살하기 위한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답습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핵문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로서 철두철미 조미 사이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못박음으로써 남북간 의제조차 합의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54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민주당 정권과도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일간 비공식 접촉은 이미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하지만 보다 공식적인 외교접촉은 북미 양자대화가 이뤄진 뒤 그 성과의 토대 위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