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30일 18개 지역 46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율 통합 건의서를 접수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짝짓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통합 건의 지역이 당초 예상했던 10개 지역 25개 자치단체를 훨씬 웃돌아 통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 지자체 의사와 무관한 '일방향 건의'가 적지 않고,구체적인 견해차도 노출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통합에 이르는 지역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자율 통합 건의,'당근' 효과봤다

18개 지역 중 통합 대상이 일치하거나 비슷한 10개 지역에서 자율 통합 성사 케이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여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통합 대상 지자체 간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들 10개 지역도 지자체별로 주민 · 지자체장 · 의회마다 '통합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모두 통합에 골인할지는 불투명하다. 행안부 내부에서도 "2~3곳 정도만 통합하더라도 상징성 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주민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46개 시 · 군 중 주민들이 건의서를 낸 곳은 21곳으로 지자체장(14개 시 · 군)이나 지방의회(15개 시 · 군)보다 많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강력한 통합 의사를 모으면 지자체장이나 의회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일부 자치단체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건의 지역이 당초 예상보다 5곳 늘어난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통합하는 지자체에 대해 지방의회 의원 수,공무원 수,교부세 등을 통합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주민 여론이 자율 통합 좌우

행안부는 건의서 접수를 마치고 통합 절차를 본격 진행한다. 첫 단계는 여론조사다. 신청 지역 지자체별로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지자체마다 모두 50% 이상 찬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한 곳이라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면 통합은 사실상 물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가 끝나면 행안부는 10월 중순께 지방의회 의견을 청취한다. 지방의회가 모두 통합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행안부는 곧바로 통합 여부를 결정한다. 지방의회 입장이 엇갈리면 행안부 장관이 주민투표를 실시토록 시장 · 군수에게 요구한다. 주민투표에서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 참여에 과반수 찬성이 나와야 통합이 결정된다. 한 곳이라도 미달하면 불발된다. 주민투표는 12월 초께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통합이 결정되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지자체 명칭 및 청사 소재지 등을 결정하게 된다.

행안부는 연말까지 통합 여부를 결정한 뒤 통합 지자체 설립 법안 등을 마련,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박기호/김병일 기자 khpar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