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남북문제 당사자인데 우리의 목소리가 없었다"며 "이제 듣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좋은 안이 있다면 6자회담국을 설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핵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의 저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 21일 미국외교협회(CFR) 연설 등에서 북핵해법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 일괄타결)' 구상과 관련,한 · 미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있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사전에 얘기했고 러시아는 물론 일본 중국에도 사전 양해를 구했다"며 "그래서 발표했는데 일부에서는 미국의 아무개가 그걸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누가 모르겠다고 하면 어떠냐.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 제안 직후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솔직히 말해 내용을 잘 모른다(Actually,to be perfectly honest,I was not aware of that)"고 언급한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랜드 바겐'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북한도 거부 반응이 없을 것"이라며 "핵 포기 의사가 있다면 북한도 거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쌀 · 비료 등 인도적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는 '북핵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조각조각 내서 하나씩 협상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이 일괄적 (핵)포기 의사가 있으면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