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상봉.오찬.야외상봉으로 한나절 함께 보내

추석 이산가족 2차 상봉 이틀째인 30일 총 520여명의 남북한 이산가족은 개별상봉, 공동오찬, 야외상봉 등으로 한나절을 함께 하며 전날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개별 상봉에서 가족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6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 쌓아뒀던 그리움과 원망을 쏟아냈다.

이번 행사에서 유일한 부부상봉자인 북쪽 남편 로준현(82)씨와 남쪽 아내 장정교(83)씨는 개별 상봉 내내 손을 놓지 않았다.

홀로 평생 시부모를 모셨던 장씨가 "젊어서 만나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나이들어 만났네요"라며 눈물을 글썽이자 로씨는 북에서 새로 가정을 꾸린 것이 못내 미안한 듯 "다른데로 시집갔거나, 아니면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로씨는 또 "이번 상봉에서 남쪽 아내가 온 사람은 나 하나였는데, 북쪽 상봉단 사람들이 (어떻게 부인이 긴 세월 혼자 살았느냐면서) 놀라더라"며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상봉 최고령자로, 북의 딸 리혜경(75)씨와 개별상봉한 김유중(100) 할머니는 전날 첫 행사인 단체상봉에 비해 한결 차분한 모습으로 "딸이 북에서 잘 사는 걸 확인해서 그런가 큰 걱정도 안들고, 잠도 잘 잤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개별상봉에서 남측 가족들의 사진을 정리한 앨범을 딸에게 전달했다면서 "딸이 `밤새 앨범을 보고 또 보겠다'고 했다"며 흐뭇해했다.

또 6.25때 아버지를 대신해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간 작은아버지 어성우(76)씨를 만난 어윤천(55)씨는 전사한 줄로 잘못 알고 15년 전 성우씨의 호적을 정리한 데 대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윤천씨는 "정중히 사과를 드렸고 작은아버지께서는 `다 이해한다'고 하셨다"면서 "(개별상봉) 두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지나갔다"고 말했다.

1930년 9월30일 생인 북측 이산가족인 최병욱씨는 전날 60년 만에 남쪽의 두 동생과 재회한데 이어 이날 자신의 생일을 맞아 기쁨이 더했다.

형의 생일인줄 모르고 있던 동생 최병오씨는 "어떻게 오늘 넘어가기 전에 이동 편의점에서라도 케이크를 구할 수 없느냐"고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개별상봉에 이어 가족들은 금강산 호텔 2층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삼색 찰떡, 오리구이, 땅콩죽, 삼색나물, 밤조개 샐러드, 양배추말이 김치 등 북한 음식에 빵.잼.버터까지 마련된 성찬을 앞에 놓고 남북의 가족들은 반주인 `봉학 맥주'를 따라주며 `위하여' `건강하세요' 등 건배사를 연발했다.

이어 이들은 오후 3시30분부터 온정각 앞뜰에서 이날의 마지막 행사이자 약 60년만의 '가족소풍'인 인 야외상봉을 갖는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성진 조준형 김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