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北대화 인내심 필요..아직 결정안돼"
양자대화 성격 사전조율 순탄치 않은 듯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8일 북.미 양자대화가 열리면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하며, 6자회담 관련국들이 이를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캠벨 차관보는 북한과의 대화에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북미 양자대화 이후 즉각적인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미국측의 요구를 둘러싼 북한과의 의견 조율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날 국무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10.4∼6) 등을 거론하며 "6자회담 참가국들은 동북아 외교의 `다음 단계'(next steps)를 계획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중국, 한국, 일본과 이를 위한 추가 협의를 위해 아시아를 방문중이며, 고위 중국 당국자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역시 이때문"이라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그러나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계획이 진전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북한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미국이 배운 교훈중 하나는 일정한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가 북.미 양자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인내심'을 거론한 것은 양자대화의 성격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경우 북한이 공식 협상테이블인 6자회담으로 즉각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양자든 다자든 핵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다자회담이 6자회담을 의미하는 것이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을 방문해 스타인버그 부장관, 캠벨 차관보 등을 만난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4일 "북.미대화의 속도가 일반의 기대보다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캠벨 차관보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파트너들은 (미.북 대화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다"며 "우리의 입장은 북한이 2005, 2007년 6자회담 합의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미.북 양자대화가 열리면 이는 공식 협상 테이블인 6자회담이 매우 신속하고도 명백하게 재개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어 "우리는 6자회담 파트너들간의 공조를 확고히 함으로써 6자회담 틀에서 참가국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외교는 여러 요소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이 그 일부분을 맡고 있으며, 중국, 한국도 북한 문제에 관여하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우리의 희망사항이 무엇인지를 명백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