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그랜드바겐' 후속 협의"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북핵 협상에서 '그랜드 바겐'을 추구한다고 해서 9.19공동성명이나 2.13합의, 10.3합의 등 기존의 북핵 합의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버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19공동성명은 중요한 합의이고 중요한 좌표이며 북한이 2.13합의나 10.3합의로 돌아온다고 하면 환영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합의)이행을 안 하는 게 문제지 우리가 스스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9.19공동성명이 완결된 합의가 아니라 원칙에 대한 선언이기 때문에 '그랜드 바겐'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을 망라한 이행 가능한 완결된 합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새로운 이행 가능한 합의를 만든다고 할 때 핵심부분을 너무 뒤로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핵심부분을 앞당길 수 있다면 상응하는 우리의 핵심 조치도 앞당겨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과정에서 핵심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핵무기와 핵물질 또는 핵물질 제조시설 등 무기와 무기급 물질, 무기급 물질 생산 시설"이라고 답한 뒤 "실험시설이나 우라늄 광산 등은 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최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에 언급, "위 본부장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여러 차례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만났다"면서 "처음 만났을 때 북핵 문제 전반에 대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그랜드 바겐에 대해 협의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랜드 바겐을 통한 합의를 이뤄내기까지 북핵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뾰족한 답은 없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제재는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북핵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내적.국제적 컨센서스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최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북핵 문제와 분리된 문제는 아니지만 남북교류협력의 긍정적 에너지가 북핵 정책의 엄정함을 손상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