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기간 내내 사석에서 "인간적으로 괴롭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제1야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정 후보자 사퇴공세의 선봉에 섰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각별한 사이라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이 원내대표는 지난 9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 순 후보 영입 작업을 진행하다 조 전 시장의 `애제자'인 정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정 후보자에게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적을 뒀을 때는 정 후보자에게 경제학 수업을 들은 사제 관계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이제 정 후보자 문제에서 `졸업'했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앞서 그는 청문회 첫날인 21일 밤 청문회 장으로 찾아가 야당의 뭇매를 맞은 정 후보자에게 "미안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을 건넸고 정 후보자는 "공적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슴 아팠지만 실망도 적지 않았다"며 "상처투성이인 채로 총리가 돼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든 만큼 자진사퇴하는 게 정 후보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정 후보자도 훗날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이귀남 법무,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도 지연.학연으로 얽힌 관계다.

백 후보자 남편인 정용덕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서울대 교수)과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선후배 사이로, 정 원장이 청문회에 앞서 이 원내대표를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청문회 후 백 후보자에게 "미안하게 됐지만 민주당이 생각하는 여성부 장관의 상과 동떨어져 있다"며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 후보자와는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같은 호남 출신으로 당내외 호남 인사들로부터 "웬만하면 넘어가달라"는 읍소성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