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G20 국내유치 `난산'..발표 전날 최종확정
미.일.英.加 등 국내 정치상황도 작용

내년 11월 `제5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국내 유치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치열한 막후 유치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특히 유치 과정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의 국내 정치상황도 작용했으며, 이로 인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면서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난산'를 초래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우리나라가 제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정상들이 최종 합의한 것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의 전날 만찬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서 내년 개최지로 우리나라가 사실상 결정됐으나 이후 돌발변수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돌변했고, 이번 피츠버그에서도 우리 정부는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귀국길 특별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성없는 전쟁터에 갔다온 기분"이라면서 "이번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검토했던 기내 간담회도 취소하고 휴식을 취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런던 정상회의와 6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내년 우리나라 개최를 비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고, 케빈 러드 호주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도 암묵적으로 지지했으나 이후 상황이 꼬이면서 유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의 시발은 각국의 국내 정치상황이었다.

먼저 미국이 내년 핵 관련 정상회의 개최를 주장하면서 내년 6월로 예정된 G8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없게 됐으며, 그 틈새를 연정붕괴 위기에 직면해 여당의 정치적 타개책을 모색하던 캐나다가 끼어들어 G8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이에 캐나다가 내년 6월 G8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제4차 G20 정상회의를 동시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으나 영국이 내년 7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4월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또다시 전체적인 논의과정이 엉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리나라 등을 제외한 `G14 정상회의 개최'를 주장하던 프랑스를 무마하기 위해 `2011년 G20 정상회의 프랑스 개최'라는 중재안이 마련된 데 대해 중국, 멕시코 등 일부 신흥경제국들이 반대한 것도 상황을 어렵게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1,2차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이른바 `스탠드 스틸'을 주장하고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전수한 데 대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정상들이 높이 평가하고 우리나라의 G20 정상회의 개최를 처음부터 지지한 것은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발표 전날 피츠버그 핍스 식물원에서 열린 정상업무 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접촉을 갖고 내년 11월 G20 유치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기존의 `G8 체제'를 끝까지 고집한 일본의 경우 지난 8월 총선으로 인해 당초 추진하던 2차 G20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했으나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지지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내년 한국 유치를 측면에서 적극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