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언 북한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남측이 이산상봉에 상응하는 모종의 '호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7일 금강산 외금강 호텔에서 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장위원장이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다. 이에 대해 남측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이 언급한 남측의 '호의'는 과거 김대중 · 노무현 정부 시절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와 대북 쌀 비료지원을 암묵적으로 연계해 추진했었다는 점에서 작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정부 차원의 대북 쌀 · 비료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총재는 "북측이 쌀이나 비료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7일 남측 이산가족(97명)은 금강산호텔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240명)과 개별상봉 등을 가졌다. 특히 전날 납북자 두 가족과 국군포로 한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봉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노성호씨(48)는 22년 만에 남측에 살고 있는 누나 순호씨(50)를 만났다. 금방 바다에 나갔다 오겠다는 동생은 북쪽의 아내,딸과 함께 나타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국군포로가 된 형 이쾌석씨(79)와 동생 이정호씨(76)도 꿈에 그리던 형제상봉을 했다. 장남인 쾌석씨가 1950년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가 징집돼 전쟁터로 나가 실종된 지 59년 만의 만남이다.

내달 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진행되는 이번 상봉행사에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1차로 남측 이산가족 97명이 재북(在北) 가족 240명을 만나고 29일부터 10월1일까지는 북측 99명이 재남(在南) 가족 449명을 만난다.

장성호 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