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2년만에 남한 누나 진곡순(56)씨를 만난 납북 어선 `동진 27호' 선원 진영호(49)씨는 줄곧 담담한 표정인 채 대화는 주로 영호씨가 북한에서 결혼한 부인 안금순씨와 딸 선미씨가 이끌었다.

안씨는 "아버지(고 김일성 주석을 가리킴)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아무리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더라도 걱정없이 살았다"며 "아버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잘 살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처음엔 긴장한 표정이었다가 한 시간쯤 지나자 대화에 동참한 영호씨는 "남한에서 나쁜 일을 저질러 경찰을 피해 배를 탔다"며 "남조선에 있었으면 장가나 가고 집이나 있겠느냐"고 부인과 마찬가지로 북쪽에서 잘 살고 있다는 식의 말을 했다.

단체 상봉을 마친 누나 곡순씨는 "동생이 납북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누나 곡순씨는 남한 신문에 실린 동생 기사를 보여주고 자신의 남편이 쓴 편지도 전달했다.
상봉에서 영호씨 부인 안씨가 "(영호씨가) 남자다워서 어렸을 때 주먹깨나 썼겠다"고 말하자 누나 곡순씨는 "영호가 어렸을 때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사람들이 좋아했다"면서 "(동생을) 외롭지 않게 잘 해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영호씨는 22세 아들과 19세 딸을 뒀으며 평안북도 박천군 박천읍에 살면서 섬유공장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곡순씨는 영호씨를 만나기 위해 2000년부터 계속 상봉 신청을 해왔으나 북측의 거부로 좌절되자 북측 대표단이 참가했던 2002년 아시안게임 때는 동생을 만나게 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북측 대표단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임주영 기자 =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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