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물 부족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관리 · 감독)체제' 구축을 국제사회에 공식 제안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물 관리'라는 새로운 이슈를 제기해 국제적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 전 세계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물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물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기구를 설립하자는 의미다.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했지만 현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논리가 될 수도 있어 이를 둘러싼 논의가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물 관리와 관련한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유엔 등 국제기구가 종합적인 물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물 관련 국제기구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물 관리'를 꺼낸 것은 산업전략적 차원도 고려한 결과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1992년 남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공동선언이 지켜져야 한다"며 "북한은 스스로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구상에 대해 관련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랜드 바겐'을 놓고 일각에서 한 · 미 간 미묘한 시각차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 측과 충분히 얘기했고 협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