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뜨거운 관심속에 진행된 새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매우 본질적인 의문을 갖는다. 과연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찾아 공정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열리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못하다고 본다. 청문회 본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와 정치공세의 장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사청문회가 보여 준 문제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인사청문회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고,둘째는 청문회 진행과정에서 마구잡이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 제기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민에게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후보 개인의 흠집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는 미비한 법 규정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국회는 입법을 통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국무위원에 대해 국회법은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하고 이를 위한 인사청문회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회를 무엇 때문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 다만 청문회 운영절차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청문회를 여는 목적이 큰 흐름에서 걸맞은 능력과 의지를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데 집중되는 게 아니라 지엽적인 공방으로 흐르는 부작용만 낳는 것이다. 국회는 관련법을 손질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라 청문회에서 국회가 검증해야 할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의 기준 및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직무수행과 연관이 없는 개인의 사생활까지 마구잡이로 들춰내는 마녀사냥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무수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 의혹들의 사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기에 따라서는 진실 규명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직 후보자의 흠집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통상 사법절차에서는 의혹을 제기하는 검사와 이를 방어하는 변호사가 대립하고 그 중간에서 판사가 양측의 증거와 논리를 충분히 검토한 끝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런 공정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은 권위를 가지고 모든 국민이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공직 후보자에게 담당직무 범위를 벗어난 국가정책에 대한 신념을 집요하게 질문하는 장면이 많았는데,이는 헌법상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기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란 생각이 든다.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되고자 후보자로 나선 사람이라면 국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표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후보자들에게 현재의 국정방향과 다른 개인 의지를 실현하겠다고 답변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에도 이를 무소신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그러한 정당하지 못한 의도적인 질문들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고 변호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국회가 수행하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규명보다는 단지 정파적인 의도에서 기싸움과 협상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그 목적과 기준,범위 등을 정함은 물론 문제 제기와 답변이 진실 규명을 위한 공정한 문답이 이뤄지도록 선진국처럼 변호사 임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