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 해결방식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과 관련,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미 정부 당국자들도 구체적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랜드 바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원칙적 언급을 내놓으면서 "이 대통령의 정책이고 그의 연설이기 때문에 내가 코멘트할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켈리 대변인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준수한다면 우리와 파트너들은 포괄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패키지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9.19 공동성명 및 2007년 2.13 합의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도 맥이 통한다.

캠벨 차관보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한미 외무회담에서는 `그랜드 바겐'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2005년과 2007년의 모든 합의들에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헌신한다면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함께 (대북) 패키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캠벨 차관보는 "이런 중요한 때에 얼마나 조심스럽게 우리가 (대북) 접근에서 굳건할 필요가 있는지가 우리가 노력하는 포인트"라면서 "우리가 함께 움직인다면 북한의 책임감 있는 조치에 대한 대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 조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도 분석돼, 한국의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기존합의 선이행을 강조하는 미국간에 약간의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2일 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전하면서 이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한국 지도자를 존경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을 잘 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를 한 번(single step)에 해결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어(far-fetched) 보인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제재와 대화의 투 트랙으로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보상 문제가 부각되면서 초점이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캠벨 차관보는 한미 외무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양국이 유엔 결의 1874호의 공동 이행을 계속할 것을 강하게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