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R 주최 오찬간담회.."北, 위험국과 거래가능성"
"G20 정상회의 내년 한국 유치 예상"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아져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등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등이 공동주최한 오찬간담회에서 "북한과의 통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화평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간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통일이) 힘들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폐기라는 최종목표에 합의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정치.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북핵 일괄타결'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제시한 이른바 `비핵.개방 3천 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한이 양쪽에서 쓰고 있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 한반도의 남북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은 지금 인구의 3분의 1이 굶주린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예멘에서 볼 수 있었던 무력이 행사된 통일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북핵문제에 언급, 이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2005년 `9.19 협의' 이후 6자회담 과정에서 농축우라늄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지난달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개발하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했다"면서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놓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다른 위험한 국가들과 거래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핵 문제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인권 등 여러가지 논의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서 "그런데 핵문제가 해결되면 오히려 다른 문제는 따라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 "지금은 극복하는 과정이지만 위기가 끝난 이후에 세계가 글로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나친 불균형(imbalance)이 됐을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쯤 위기 이후(post-crisis)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이런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사안이 (논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G20 정상회의가) 내년중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에서 열릴 때쯤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시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오찬연설에 이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현안 관련 질문에 진지한 자세로 답변하면서도 때때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CFR 이사장인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 대통령이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통역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루빈 장관도 한국말을 잘하는 것으로 안다.

(통역) 헤드셋이 필요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넘겼다.

이에 루빈 전 장관이 "저는 헤드셋을 쓰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다시 농담하자 이 대통령은 "그럼 계속 쓰고 계셔도 좋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승호 이승관 기자 chu@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