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는 제 시간 뺏지 말고 질문에만 답변하세요. "

"현행법상 온당한 방법으로 병역면제됐다는 말씀이시죠?"

정운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틀 동안 국회에서 열렸다. 이틀째인 22일 청문회는 마치 어제의 청문회를 다시 보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병역,후보자 아들의 국적,세종시 문제 등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물었고 여당 청문위원들은 후보자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주당 측은 "병역면제 의도한 건가 의구심이 든다","세종시 발언 사과,취소할 생각 없나" 등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다. 대답하려는 정 후보자의 말을 자르고 "질문하면 대답하세요"라며 "왜 제 질문 시간을 뺏으려고 원론적인 말씀만 하시냐"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충청인들이 제2의 이완용이라고들 한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에 참다못한 정 후보자는 "의원님,제 얘기도 좀 들어주시죠"라며 껴들기도 했다. 충청 출신 의원의 세종시에 대한 공격도 도돌이표였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비효율이란 게 뭐냐","충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원하는 답변이 안 나와 계속 물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소신을 반복하던 정 후보자는 21일 밤 "세종시 백지화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 직을 걸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해야 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낯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한 의원은 "방금 전 민주당 의원님 질문에 대답하실 시간이 없으셨는데 지금 대답하실 시간을 드리겠다"며 자신의 질문 시간 7분 중 4~5분을 흔쾌히 내줬고 또다른 의원은 후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이런 말씀은 후보자께서 하셔야죠"라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후보를 대신해 증거를 들고 나온 친절한 의원도 있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 입학허가서의 병역란에 '면제'라고 적은 걸 두고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마이애미 대학원장에게서 받은 이메일에는 분명히 한국에서의 병역사항은 입학 허가에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 병역란은 미국 군대에 관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후보자의 대변인을 자청했다.

여나 야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를 위한,무엇을 위한 청문회였는지 이틀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