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역시 세종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 후보자는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며,총리 지명후 발언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 후보자의 소신에 바탕을 둔 '세종시 수정론'은 적절한 문제제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책임있는 여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조차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민주당을 비롯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답변을 통해, "세종시는 원안에 관계없이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가 돼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22조5000억원,또는 그 이상을 쓴 데 대한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으면서 비효율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본과 베를린 간에 정부부처가 나뉘어져 혼란이 많은 독일의 예를 들어 행정부처 분산의 비효율성을 설명하고, 세종시 자족기능의 대안으로 과학연구기관 비즈니스 관련기관 대학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세종시가 행정효율이나 국가발전은 도외시된 채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에서 비롯됐고,행정부처 대부분이 세종시로 내려가는 '수도분할'구도로 엄청난 낭비와 국민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자족기능을 갖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세종시 건설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정 후보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전직 국무총리들을 포함한 원로 · 지식인 1200여명이 세종시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脈絡)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세종시 문제가 도시의 성격과 기능,개발방식 등에 대한 재검토 및 수정없이 이대로 계속 추진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이 불보듯 뻔하다는 점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막대한 행정 비효율은 말할 것도 없고,목표한 인구 50만명의 자족 신도시는커녕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말 가능성만 높다. 이미 총사업비의 20%가 넘는 5조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앞으로 더 큰 손실과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계획수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답답하다. 청와대나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세종시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정략적 이해관계로 접근하고 있는 까닭이다.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세종시를 예정대로 추진해 명품 첨단도시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다,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의 충청권 민심을 의식해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다.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권 또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모두 지역감정을 부추겨 이득을 보자는 뜻에 다름아니다. 그러는 사이 세종시 문제는 갈수록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세종시가 이대로 가게 되면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개발방향을 수정해 국민 혈세를 계속 낭비하지 않고 자족(自足)도시로 기능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서둘러 마련함으로써 혼란을 줄이고 경제 · 사회적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더 이상 이 문제를 회피하거나 어정쩡한 태도만 보이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정 후보자가 논의의 단초(端初)를 제공한 만큼 세종시에 대한 전문가적 검토와 국민 여론 수렴을 바탕으로 국가자원의 낭비를 줄이면서 충청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 개발 대안을 모색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야당 또한 발목을 잡는 행태만 거듭하지 말고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정 후보자가 강조했듯 행정부처 이전 계획의 철회와 함께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제시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의 육성,의료 교육 문화 첨단산업이 통합된 녹색 복합도시 등이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청문회를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세종시 개발 계획의 수정과 보완방안에 대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