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암수술환자 아닌 체온정상 의원에 처방

타미플루 공급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신종플루 의심 증세가 없는 해외 출장 구의원들에게 이를 처방해 물의를 빚었던 서울 강남구 보건소의 해명이 또 거짓말로 드러났다.

보건소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병력(病歷)을 지닌 구의원 2명에게 이를 줬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 약을 받아간 이들은 이런 병력이 없었고, 체온도 37도를 넘지 않는 정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강남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 보건소로부터 지난 11일 타미플루를 받아 해외출장을 간 구의원은 P(59) 의원과 Y(52) 의원이다.

앞서 강남보건소는 처방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지난 16일 "64세 고령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 의원과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40대 의원에게 타미플루를 20알 처방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P, Y의원은 당뇨를 앓고 있거나 암수술을 받은 적이 없고, 지난 8일 구의회 임시회 출석차 왔던 서명옥 강남구 보건소장에게서 문진(問診)에 이어 타미플루 처방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 `미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했으나 체온은 37도보다 낮은 정상 수준이었고, 8일간 노르웨이ㆍ스웨덴ㆍ핀란드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19일 귀국했다.

서명옥 강남구 보건소장은 또 P, Y의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한 사실을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간략한 증상 등만 기록하는 사례조사서만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은폐의혹도 일고 있다.

강남구 보건소의 거짓 발표로 `타미플루를 받아 간 의원'으로 지목됐던 40대 L의원은 "출장간 의원 중 암 수술을 받은 이는 나뿐이었고 타미플루를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부도덕한 의원으로 몰려 황당하고 참담했다"며 분개했다.

타미플루를 받은 P의원은 "왜 이리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 처방을 받아서 가지고 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Y의원도 "차라리 해외출장 다녀 온 것을 (외유성이라며) 문제삼는다면 수용하겠지만 타미플루 건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명옥 강남보건소장은 "직접 진료한 환자에 대해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P, Y의원이 아닌 다른 2명에게 타미플루를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기존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을 시인했다.

타미플루 공급 부족 사태로 질병관리본부는 37.8도 이상 고열과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증세가 지속되는 급성열성호흡기질환자 중 특정한 `고위험군'에게 이를 투여토록 권고하고 있다.

서 소장은 "질병관리본부 지침대로 하면 사람 다 죽인다. 지침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의 목숨"이라며 "신종플루일 가능성이 0.1%라도 있으면 처방해주는 것이 의료인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