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를 찾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일일 상담원'역할을 할 때 일이다. 김밥집을 운영한다는 최모씨는 3년 전 사채로 100만원을 빌린 뒤 매달 갚고 있으나 '살인적인'이자율로 인해 빚이 1500만원으로 늘었다고 사채(私債) 폐해를 하소연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2조원대의 서민 소액대출 사업인 '미소(美少)금융사업'을 발족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 대통령의 현장 방문 땐 다양한 민원들이 쏟아진다. 최모씨의 사례와 같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을 만나는 게 로또를 잡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장에선 사전 준비가 안된 즉흥성 민원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이 대통령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들렀을 때 상인들은 과도한 쓰레기 단속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너무 어려움이 많다는 하소연들이 쏟아졌고 이 대통령은 법무부와 노동부에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법무부가 농업 분야에 고용된 재중국동포나 고려인 등 외국인 노동자가 해당 분야에서 5년을 일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한다는 등의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서울 이문동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자리서 대기업 슈퍼슈퍼마켓(SSM)진출을 막아달라는 민원을 듣고 난 후 대안 마련을 지시했다. 곧바로 사업조정제도 활성화를 골자로 한 대책이 나왔다. 지난달 강화도 쌀국수 생산현장에 갔을 때 한 농민으로부터 "농번기에는 농기계를 임대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뒤 "농협회장에게도 얘기 했으니까 해결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4일 경기 포천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만드는 가구제품의 거래처 확보를 부탁받고 보금자리주택 등에 납품할 수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또 이날 경기 구리시의 한 재래시장에선 한 할머니가 아들 취직을 부탁하자 수행한 참모진에게 "이 어머니 얘기 좀 듣고 오라"고 지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