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긴 호흡을 하게 됐다.

9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당 복귀가 무산된 데 이어 10월 재보선 대상에 서울 은평을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여의도 입성의 길이 막힌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주변 인사들에게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지..."라고 말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다음 재보선이 내년 7월에나 치러지고, 당 지도부 개편을 위한 금년내 전당대회 개최가 물 건너갔다는 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공식적인 정계복귀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재로서 이 전 최고위원의 가장 빠른 정치전면화 시점은 내년 2월로 보인다.

정몽준 체제 출범으로 잠복기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내년 2월 전대 개최론'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정운찬 총리 체제'가 안착, 국정지지도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10월 재보선이 `완패'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 전당대회 개최론은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친이재오계 및 당내 소장개혁파가 `9월 전대는 이재오 복귀가 아닌 여권 쇄신을 위한 요구'라고 설명해온 만큼 정몽준 체제에 대한 긍정 평가가 잇따르면 내년 2월 전대를 촉구할 근거를 잃게 된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계파간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전대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내년 2월 전대 개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현 지도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7월 전대를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 시점도 내년 7월로 늦춰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 전 최고위원으로서는 자칫 내년 7월 은평을 재선거와 전당대회를 같이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내년 7월까지는 10개월의 긴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일정한 자리나 역할을 맡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내지 원내 복귀가 아닌 `제3의 복귀'가 되는 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앞으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호흡을 고르고, 중장기 그림을 그리는 여유를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최고위원은 다시 대학교수로서의 역할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인 이 전 최고위원은 2학기 박사과정의 정식 강좌를 맡을 계획이다.

또한 최근 출간한 저서의 팬사인회 일정과 묶어 그동안 미뤄왔던 지방강연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