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남북이산가족 상봉자로 확정된 남측 가족들은 17일 하나같이 "꿈같다"며 감격해 했다.

부산 진구에 사는 박양실(96) 할머니의 아들 이대원(64)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머니께서 북에 있는 누이를 만나게 됐다는 소식을 적십자로부터 듣고는 '난리통에 살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며 '꿈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박양실 할머니는 북에 있는 딸 리원화(62)씨와 외손자 정명일(37)씨, 여동생 2명(80,90대 추정)을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만난다.

아들 이씨는 "어머니께서 빠른 말은 잘 듣지 못하시지만 아직 70,80대처럼 총기가 있으시다"며 "요즘 옆구리가 좀 결린다고 하시고 평소 휠체어를 타시는데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걱정이지만 상봉까지 건강을 잘 챙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1년 1.4후퇴때 황해도 은률군 이도면 고현리 과수원 집에서 새벽에 어머니와 형님, 누나, 갓난 누이동생이 피난길에 오르고 나는 할머니, 지금 북에 있는 누이와 함께 집에 남았었는데 나는 자는 척 하다가 뒤따라가 같이 내려 왔다"며 "그 바람에 자고 있던 누이는 우리 3남3녀 형제중 홀로 북에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친은 일찍이 북한에서 사망했으며 이씨의 어머니 박양실 할머니는 피난지 부산에서 홀로 장사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자녀들을 키웠다.

북측의 동생 리영자(65), 룡희(61)씨를 만나게 될 이선수(76) 할아버지도 "꿈같다"며 "죽기 전에 봐야지 했는데 결국 됐네"라고 기뻐했다.

그는 "내가 5남매중 장남으로 18살때 남한에 왔다"며 "1950년 12월 외지에 있다가 지금은 평양시가 된 평안남도 대동군 청룡면 집으로 가려고 기차를 탔는데 폭탄이 떨어져 펑펑 터지고 해서 무서운 마음에 다른 사람들을 따르다 보니 서울까지 오게 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에 남아 있던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동생들도 다 죽고 막내하고 그 위만 살았다더라"며 "그래도 동생 둘이 아직 살아 있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 상봉단의 최고령자로 충남 서천 출신인 전기봉(85)씨가 찾는 남측 딸 향자(65.서울 반포동)씨는 "60년이 넘도록 아무 소식도 못 들어 돌아가셨으려니 했는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며 "아버지와 사별한 것이라면 지금쯤 잊어버렸을 수 있겠지만 생이별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평생을 기다렸다"면서 울먹였다.

전씨는 "세살 때 헤어져서 당시 학생이었다는 아버지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에게는 내가 평생 가슴에 묻어뒀던 딸일 것"이라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황자'인데 할머니께서 호적에 올리면서 어찌된 영문인지 '향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생전에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나게 되자 식구들도 들떠 있다"며 "딸 내외랑 외손녀, 아버님의 사촌동생과 함께 금강산에 갈 것"이라고 기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조준형 김승욱 기자 sungjin@yna.co.krjhcho@yna.co.kr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