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어떠한 수정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손사래를 쳐 왔지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행정부 이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언급한 '충청도 분들이 섭섭지 않을 정도'의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핵심은 기업-대학-연구소 유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구 유입과 고용 창출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입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안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두 방안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동시에 펼침으로써 세종시 발전 비전을 조기에 가시화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 기초과학연구원 건립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인근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충북 오송행정복합도시를 연계해 기초과학 부문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전체 부지 규모는 20만㎡(약 60만평)며 총 3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 및 연구소에 대한 현행 금융 · 세제 지원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유인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동안 세종시건설청이 제법 규모를 갖춘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들을 상대로 세종시로의 이전 가능성을 타진해본 결과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 세제 지원 등 유인책 필요

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 역시 '지정'만으로 자족도시 건설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2003년 인천,부산 · 진해,광양만권 등 3곳의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했으며 지난해 황해,대구 · 경북,새만금 · 군산 등 3곳을 추가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계 기업은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재산세 등을 3년간 100%,이후 2년간은 50% 감면받을 수 있다. 토지 임대료와 의료 · 교육 · 주택 · 편의시설 등의 설치 비용도 일부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의 실제 투자 유치 실적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계약이 성사된 것까지 포함한 외자 유치 규모는 인천 147억달러,부산 · 진해 28억7000만달러,광양만 3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입주 후 5년이 지난 뒤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이 25%로 싱가포르(18%) 홍콩(16.5%) 두바이(면제)보다도 높고 배후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종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외국계 기업들의 관심을 끌려면 현행 투자유치전략과 지원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영식/조일훈/송형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