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박 전 대표가 지난 8월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대통령 특사단장 자격으로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4개국 순방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1시간가량의 특사단 면담 이후 박 전 대표와 8개월 만에 43분간 독대를 가져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주목된다. 당선 이후 두 사람간 독대는 이번이 네 번째다.

◆세종시 언급 주목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독대 내용에 대해 "개헌 얘기는 하지 않았고 남북 문제와 4대강,G20금융정상회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내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설했던 것을 봤다고 하더라"며 "북한 문제나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의견 교환을 했고 일부 공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15년 넘게 북한의 위기조성→협상과 보상→위기재발→협상과 보상이란 패턴이 반복돼 왔는데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세종시에 관해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은 전하면서도 "구체적 대화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피해갔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박 전 대표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는 국민과 충청인들과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운영 협조 요청

특사단 면담에서 박 전 대표는 "모든 방문국들에 한 · 유럽연합(EU)의 조속한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2012여수엑스포 참여를 권유해 헝가리 등으로부터 참여약속을 받아냈다"고 하는 등 순방 성과를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신 것으로 안다. 향후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꼭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주어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과 관련해 특사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일부)유럽국가들에 대해 (외교적으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생각 같아선 박 전 대표에게 브라질에도 특사로 한번 다녀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데 비행시간이 30시간이 넘는 너무 먼 길이라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특사단 회동은 여러 차례 웃음이 터지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이미 국정동반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